무제
2016. 12. 27. 15:20
2016.03.11
그대라는 텍스트를 위해 내가 하나의(아니 일련의?) 컨텍스트가 된다고 할 때, 나는 그 이전에 하나의(정말 하나의) 텍스트이어야만 한다. 내적으로 완결된 나만이 다른 텍스트를 포괄하는 컨텍스트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대라는 컨텍스트 없는 나 역시 어느 모로 봐도 불완전하다는 점에서, 나도 그대에게, 그대도 나에게 찾아와 서로의 세계가 되어줄 가능성은 없다. 나는 이 때 부르짖고, 말 그대로 부르짖고 싶다. 우리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는 중요치 않다고, 다만 우리가 서로의 세계임을 '선언'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고, 가볍게 선언하고 싶은 마음이다.
2016.03.27
우리가 서로의 세계가 되기로 선언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본질적으로 소통불가능하고, 시시때때로 변하기에, 요약하자면 유한하기에, 우리의 잠정적인 선언 이후에도 현실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서 상심할 필요는 없다. 진짜 아무것도 아니니까. 진짜 아무것도 아닌 우리들은 그냥 "긴 세월을 변하지 않을 그런 사랑은 없겠지만, 그 세월을 기다려 줄 그런 사람을 찾는거"라고, 아니면 "사랑한다는 거짓말로 나의 눈을 멀게 해봐요, 한 줌조차 되지 않는 당신과 나라면, 여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라고 노래하자. 그리고 그저 서로와 세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면 그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