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2016. 12. 27. 13:52

July 1, 2013


순수라는 단어가 낭만과 아름다움만이 담긴 단어가 아님을 생각한다.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본연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순수라 할 때, 인간의 순수란 무엇일 것인가? 한 철학자가 나치 전범에게 선고한 무사유의 죄는 그의 허탈할 정도의 순수함에서 흘러나온 것이고, 그 철학자가 악은 평범한 것이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순수의 이면에 악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을 험담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으나, 아이들이 쌤 싫어요, 쌤 못생겼어요, 라고 말할 때 그 동기가, 악의 없이 순수한, 그저 이렇게 막말을 해도 선생님은 그 자리에 있을 것임을 확인받기 위한, 혹은 겉으로는 틱틱대로 속으로는 따뜻한 츤데레한 것이었을지라도, 그 말이 선생님에게 가 상처가 될 때 아이들은 하나의 악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순수로의 회귀, 혹은 잃어버린 인간성의 회복을 말할 때는 아주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은 자칫 순수 이면의 악을 발견하고 당황하게 되거나, 더 순수한 것으로 무한소급해 버릴 위험을 가진다. 돌아갈 곳을 찾기보다는, 걸어온 길은 기억하되 나아갈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그리고 그 나아갈 길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순수함의 반대말로 많이 사용하는, 정치함이라는 것이 요즘 친구가 선물해 준 책도 읽고, 주위 사람들 이야기도 들으며 드는 허허로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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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벼린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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