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2016. 12. 27. 13:40


2011.04.03


세상은 3차원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눈으로 지각하는 세상은 언제나 2차원 평면이다.
 
우리가 말 하는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은 코끼리이고,
 
우리는 혀로 그것을 더듬는다.
 
그리고 싸운다.
 
서로 자기의 혀가 더 정확하다고.
 
 
 
그 때 그의 알량한 혀로 세상을 더듬되
 
한 번에 내뱉지 않고
 
마치 해안선을 더듬어 지도를 그리듯
 
혀의 감각들을 중첩해 세상의 지도를 그리는 이들이 있다.
 
그가 본 것
 
그가 들은 것 
 
그가 맛본 것
 
그가 맡은 것
 
그를 아프게 했던 것 간지럽게 했던 것
 
그의 혀 위에 올려놓고 조심스레 굴려
 
하나의 구슬로 다시 뱉어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혀 위에서
 
세상은 2차원의 평면에서
 
3차원의 입체가 된다.
 
사물들이 일어선다. 입. 체.
 
시는 입체다.
 
시인이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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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벼린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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