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윤동주, 肝, 1941

벼린눈 2017. 1. 6. 13:07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우에

습한 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肝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든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龍宮의 誘惑에 안 떨어진다.


푸로메디어쓰 불상한 푸로메디어쓰

불 도적질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沈澱하는 푸로메디어쓰


 프로메테우스도 토끼도 유혹에 넘어간 이들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전하려는 유혹에, 토끼는 거북이의 꾀임에 넘어갔다. 그런데 토끼는 코카서스의 산중에서 도망쳐 왔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여전히 끝없이 침전하는 중이다. 그리고 토끼는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킨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여윈 독수리에게 자신의 간을 내준다. 토끼는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고 다짐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불 도적질한 원죄를 안고 아직도 가라앉고 있다. 

 괴로워하는 프로메테우스와 다짐하는 토끼는 모두 윤동주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윤동주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프로메테우스의 모습이다. 그러나 빙빙 돌며 간을 지키고, 유혹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토끼의 모습이 있었기에 우리가 윤동주를 저항시인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