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말랑한 오감, 벼린 직관, 그리고 따뜻한 이성
벼린눈
2014. 2. 11. 12:06
말랑한 오감.
말랑한 것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 이 말랑함은 자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스펀지 같은 말랑함이면서, 그 자극만큼 되튀어오르는 고무공의 말랑함이다. 말랑한 오감은 있는 그대로 보고, 본 그대로 말한다.
벼린 직관.
직관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단숨에 꿰뚫는 능력이다. 그러나 단숨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직관은 치열한 훈련을 통해 천천히 체화된다. 말 그대로 몸에 밴다. 날카로운 직관이 아니라 벼린 직관인 이유는, 우리의 직관이 날카롭다면 그것은 그 아래 벼르고 있는 우리의 치열함 덕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이성.
모든 이성은 하나의 손가락이어야만 한다. 이성 자체는 목적이 아니다. 아무리 냉철한 이성일지라도 만약 삶을 향하지 않는다면 그저 허무할 뿐이다. 우리의 삶을 '합리화' 하지 않고 삶을 제약하는 다른 것들을 '합리화'하는 이성은 차갑게 죽어 있다. 따뜻한 이성은 삶을 위한 것이다.